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떠나 잠시 울주군 삼남면에 귀향 왔습니다
사무실에서 시켜먹는 유일한 식당이
둘이 먹다가 둘 다 뒤져도 이상하지 않을 맛이기에
이러다가는 근로 의욕 상실로 언양역 KTX에 뛰어들 기분이라
기왕 맛 없는 점심 건강하게 맛 없기로 결정했습니다
에떼도시락 하드프로그램 3종을 먹었습니다
이것은 마치 유년 시절 할머니집에 놀러갔다
오늘은 콩나물 밥이라며 돼지고기 민치도 없는 간장 한 종지에
돌이 버석버석 씹히는 콩나물 밥과
산나물 반찬을 으적으적 씹는 것 같습니다
이 도시락은 맛이 없습니다
견딜만 할 정도로 맛이 없습니다
한 숟가락 뜰 때마다
세렝게티 초원의 얼룩말이 되는 느낌입니다
밥 옆에 놓인 닭가슴살과 괴기를 한 입 베어물 때는
새삼 어제 포장마차에 남긴 제육볶음을 테이크아웃 해달라고 할 걸
후회하게 만드는 맛입니다
그러나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야근에 지쳐
서럽게 식칼을 들고 도시락을 싸는 것보다는 훌륭한 맛입니다
본래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기 마련입니다
이 도시락은 드넓은 몽골 초원에서
한 무리의 야생마가 꼬리털로 쌈싸대기를 왕복으로 후려치는 맛입니다만
스쳐가는 흙내음에 하루 건강해졌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맛이기도 합니다
우리 조상들은 날고기와 들풀을 꾸역꾸역 씹어삼켰을 것이며
우리의 몸은 설탕과 소금에 절여졌을 뿐 고향의 맛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
저는 오늘 사무실 사람들을 설득해
18팩을 더 시켰습니다
이제 우리 자연의 맛으로 돌아갑시다
고객님의 정성스러운 후기를 입꼬리 씰룩대며 끝까지 읽고나니
고객님의 표현과 묘사에 이마를 탁 치는 저를 발견하게됩니다.
조미료를 넣지않고 더욱 담백하고 맛있는 맛을 낼 수 있도록
더욱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.
고객님과 함께 근무하시는 직원분들은 항상 유쾌한 고객님과
함께 할 수 있음에 좋으실 것 같습니다.
소중한 후기 감사드립니다! 좋은하루되세요^^